교육과정
활동은 했는데 배움이 없다 — 단원 설계의 두 함정
5학년 국어 교실의 한 장면입니다. 한 학급이 1년간 온책읽기를 해 왔고, 학예회가 끝난 뒤 선생님이 제안합니다 — "우리 낭독극 한번 해 볼까?" 아이들은 함성으로 찬성하고, 투표 끝에 가장 최근에 읽은 소설이 작품으로 정해집니다. 아이들이 움직입니다. 소설을 직접 대본으로 각색하고, 장면을 나누고, 축소할 부분과 강조할 장면을 고르고, 역할을 분담합니다. 등장인물의 마음을 상상해 대사를 짓고, 목소리와 몸짓으로 이야기를 표현합니다. 24차시 동안 교실은 활기가 넘치고,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납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한 학기가 지난 뒤 조용히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봅니다.
"이 낭독극을 통해, 우리 반 아이들은 무엇을 새로 배웠는가? 그리고 그 배움을 다른 상황에서도 다시 꺼내 쓸 수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종종 말문이 막힙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협력을 잘했다", "무대에 잘 섰다"는 대답은 나오지만, 정작 무엇을 더 잘하게 되었는지는 또렷하지 않습니다. 활동은 분명 있었는데, 그 활동이 향한 배움은 흐릿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수행과 실제 학습 사이의 이 간극을 수행-학습 격차라 부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흔한 장면을 서로 다른 두 전통이 각자의 어휘로 — 그러나 같은 병으로 — 짚어 왔다는 점입니다.
진단 하나 — 메인 코스와 디저트
프로젝트 학습(PBL)이 널리 퍼지면서 한 가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많은 교실에서 단원을 평소처럼 가르친 뒤, 마지막 한두 주에 발표회·전시회·작품 만들기를 붙이는 모양이 흔해진 것입니다. 학생도 즐거워하고 학부모도 만족합니다. 그러나 PBL의 표준을 오래 다듬어 온 PBLWorks는 이런 모양과 진짜 PBL 사이에 결정적 차이가 있음을 짚어 왔고, 그 구분이 메인 코스 vs 디저트의 비유로 자리 잡았습니다(PBLWorks, 2019).
- 디저트 프로젝트 — 단원을 다 가르친 뒤 그 마지막에 붙이는 프로젝트. 학생은 이미 배운 내용을 적용·전시·축하하는 자리로 프로젝트를 만납니다. 식사 뒤의 작은 즐거움이고, 진도가 빠듯할 때 가장 먼저 잘려나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 메인 코스 프로젝트 — 프로젝트가 단원 그 자체인 PBL. 학생은 추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단원의 내용을 처음 배웁니다. 만들고 보여주는 과정 안에서 학습이 일어납니다.
둘을 가르는 진단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빼면, 학생은 단원의 핵심 학습 목표를 여전히 배우는가?" — "예"라면 그 프로젝트는 빼도 되는 디저트이고, "아니오, 프로젝트가 바로 학습이 일어나는 자리다"라면 메인 코스입니다.
진단 둘 — 쌍둥이 죄
같은 함정을 백워드 설계는 다른 어휘로 짚습니다. Wiggins와 McTighe(2005)는 수많은 수업을 관찰하며 가장 자주 마주친 잘못된 설계 패턴 둘을 **쌍둥이 죄(twin sins)**라 불렀습니다.
하나는 **활동을 위한 활동(activity-focused)**입니다. 재미있고 손이 많이 가는 활동을 모았지만, 그 활동들이 향하는 이해가 무엇인지 물으면 답이 없는 설계입니다. 학생은 바쁘고 즐겁지만, 활동이 끝난 자리에 옮겨 갈 배움이 남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진도를 위한 진도(coverage-focused)**입니다.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하게 훑었지만, 학생의 머릿속에는 연결된 이해가 아니라 스쳐 간 페이지가 남는 설계입니다. 겉모습은 정반대입니다 — 하나는 화려하고 하나는 성실합니다. 그러나 두 죄는 같은 자리에서 만납니다. 학습 목표가 설계의 중심에 없다는 자리입니다.
같은 병, 같은 처방
디저트 프로젝트와 쌍둥이 죄는 결국 하나의 원인을 공유합니다 — 활동이나 교과서 페이지에서 앞으로 출발하는 설계(forward design)입니다. 그래서 처방도 하나로 모입니다. 도달점, 곧 학생이 이해하고 해낼 수 있어야 할 것을 먼저 정하고, 거기서 거꾸로 단원을 짜는 것입니다. 이것이 백워드 설계의 출발점이고, 프로젝트를 디저트가 아니라 메인 코스로 만드는 길이기도 합니다.
낭독극 자체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같은 낭독극이라도, 아이들이 등장인물의 마음을 낭독극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문학과 삶의 연결을 처음 붙잡았다면 그것은 메인 코스입니다. 진도를 다 나간 뒤의 즐거운 마무리였다면 디저트에 가깝습니다. 활동이 아니라 학습이 어디서 일어났는가가 갈림길입니다.
처음 시도에서 완벽한 메인 코스를 짜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느 쪽 방향인지만큼은 첫 단원부터 의식할 수 있습니다 — 방향이 분명한 시도가, 어쩌다 디저트가 된 시도보다 훨씬 빠른 길입니다. 다음 노트 단원을 프로젝트로 설계한다는 것에서 그 방향의 지도를 폅니다.
참고문헌
- PBLWorks (2019). Gold standard PBL: Essential project design elements. Buck Institute for Education.
- Wiggins, G., & McTighe, J. (2005). Understanding by design (2nd ed.). ASCD.